시든 해바라기와 자라나는 잡초
여름이지만 지난주부터는 낮에 선풍기를 틀지않아도 될만큼 시원하다.
다음주부터는 다시 더워진다고 하니 오랜만에 미뤄둔 산책을 갔다.
아무래도 여름이라 햇빛을 온전히 받는 등이 따갑다.
하지만 머릿 속에 저번 산책에서의 만개한 해바라기 꽃밭이 선명하여 열심히 걸어본다.
오랜만에 걷는 산책길은 이름 모를 잡초가 꽤 많이 영역을 차지하고 있었다.
벌레라도 있을까 조심스레 잡초 위로 발걸음을 옮긴다.
해바라기 꽃밭이 가까워질수록 마음은 점점 실망감으로 바뀐다.
해바라기는 꽃을 피우고나면 조금씩 시들기 시작한다.
몇 주 전에 이미 꽃이 피었기 때문에 지금쯤 시든것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그 당연한 것에 대해 아쉬운 마음을 갖는것이 어찌 보면 허튼 욕심 같다.
무엇이든 영원한건 없는데 말이다.
간만의 산책길은 여러 상황에 지친 나에게 고민과 응원을 안겨주었다.
해바라기 꽃밭처럼 영원한 것은 없다.
다만 예쁘고 노란 해바라기를 봤던 기억은 영원하다.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하지않던가,
힘든 상황이 날 괴롭히지만 언젠가는 지나갈것이며,
훗날 그 상황을 성장의 바탕으로 삼아 견뎌낸 나를 꼭 안아주자.
무엇이든 처음 시작할땐 작고 미약하여 그 존재를 눈치 채지 못한다.
봄에는 한없이 작아 가끔은 밟고 다닌 잡초가 여름이 되니 오히려 사람이 피해다닌다.
사람이 관심을 주지 않는 사이 잡초는 훌쩍 커버려 드러내고 싶지 않아도 존재감이 느껴진다.
올해 처음 시작한 공부가 반년을 넘겼는데도 늘지 않는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가끔 개인 프로젝트를 하면서 느낀 것은 초반과 비교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콘솔 화면에 "안녕"을 출력했던 나는 "안녕"을 화면에 추가할 수도 있고 삭제할 수도 있다.
내가 모르는 사이 나도 잡초들처럼 훌쩍 커버린 것이 느껴졌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다음에 다시 이 길을 걷게 된다면
그 땐 더욱 가벼운 마음으로 그들을 맞을 것이다.
그들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인정하며,
나도 더욱 단단하게 성장했을 것이다.